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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건강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by 오맘생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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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달려왔다.
내 앞길만 생각하며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다.
함께 하는 이가 있었기에
나를 믿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온마음 다해 달려 일했다.
누가 시키지 않은일도 달렸다.
알아서 척척 내가 누구인지 상실할 만큼 열심히 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아무말없이 몇년을 열심히 뛰었다.
그를 추종하며 함께 달리던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다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멈춰서서
무엇인가 결심한듯 뛰어왔던 길을 아무말없이
혼자 다시 돌아가버린다.

나 역시 그랬다.
갑자기 달리기 싫어졌다.
위 영화의 주인공의 마음과 내 마음이 같은것이라곤 할 수없지만..
갑자기 열심히 달리고 싶지 않아졌다.
그리곤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 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한없이 짜증도 나고 화도 났다.
작은것 하나가 내 심기에 거슬렸다.
좀처럼 내 마음이 어떠한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내 심리가 불안하고 강박에 시달렸던 것 같았다.

내가 왜 화가 나있는지
왜 모든것을 내려놓고 싶었는지
왜 무기력해졌는지
이런 생각마저 하고 있는 내가 짜증났다.
그래서 하던일이 100개라면 100개 다 한순간 놓았다.
뒤도 안돌아봤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많은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내 마음가는대로 이기적이게 행동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해보고 일주일을 보냈더니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얼굴 편해보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강박에 시달리며 무엇인가
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일정도라면
용기를 내어보는 것이 지금 바로 할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말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해본적이 없었다.
늘 생각을 하고 실행화하고 성과를 추구했다.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았을 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런 스트레스를 나도 느끼고 있었는데 이것을 끄집어내어 정기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었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하면서도 나를 믿지 못하고 추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관계속에서도 나는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애써 내 감정을, 내 마음을 숨켰었다.
그건 기분 나쁘다고..서운하다고..그건 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따지고보면 못한게 아니라 말을 안했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해서 결고 달라질 상황은 아니었으니까...나도 내 마음을 속였다. 그래 괜찮은거야 라고 말이다.

내가 나에게 이 쯤이야 괜찮아. 라고는 했지만 그 괜찮음이 안괜찮음이었다. 내가 지금 안괜찮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고 의사표현을 했다.
멘붕이 서로에게 오고감은 물론 당장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땐 용기가 필요하다는것을 알았다.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그런 용기. 누가 뭐래도 내마음 가는대로 하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을땐
무의미한 시간도 유의미하다
웃긴게..내가 그토록 싫어했던..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재미있어 보였다. 아줌마들의 수다내용, 인터넷에 떠도는 짤들, 아이들끼리의 대화 등
평소에는 눈에 차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던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무의미한 대화가 시간을 허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유의미하다는걸 알아버렸다.
사람은 관계속에서 사람을 알고, 상처도 받고. 치유도 하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앞서달려가고 싶어도 내 속도를 내가 맞추지 못하면 모래밭에 성 쌓기와 다를바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보니 오히려 안보이던게 보이기 시작했다. 무의미속에서 찾은 유의미.
늘 뭐든 생각하고 움직이고 실행하고 성과만 바라다가
한번 제대로 넘어져 에라 모르겠다 철퍼덕 앉아 주위를 살펴보니 세상이 재밌게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잠시 멈춰보는 것도 약이 된다.

누군가는 내게 번아웃이니, 우울증이라고 말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힘드냐고 묻는이들에게 오히려
힘듦의 기준이 뭔지 묻는 내가 번아웃? 우울증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성과와 뭘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내가 달라진것이 있다면 바로 '용기'를 낸것이다.

나 아무것도 안하고 싶으니까 아무것도 안할것이라고 선포한 그 '용기'를 냈다는 것이다.

괜찮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때 아무것도 안해도 괜찮다.
마음이 가는대로 하면 된다.
그게 내 진심이니까. 내 마음이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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